
신입 여직원과 바람피는 남편의 변화
안녕하세요. 청라흥신소 대표입니다. 나는 지난 몇 달간 남편의 태도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결혼 생활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권태기 같은 것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는 업무가 힘들어도 날 보며 미소를 지으려 애썼고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외출을 꼭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뜬금없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한밤중에도 말없이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고 물어보면 “회사 일 때문에”라는 애매한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혹시나 싶어 집 근처에서 조심스럽게 남편의 흔적을 쫓아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했다. 그저 끈질긴 의심만 남아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남편의 비밀이 너무나 궁금해진 나는 여러 가지 수소문 끝에 정보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때 처음 들어본 이름이 바로 청라흥신소였다. 결혼 초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접하던 탐정 사무소류의 기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낯설면서도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이곳이 비교적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상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후기를 봐서 망설임 끝에 상담을 신청했다.
며칠 뒤 나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청라흥신소를 찾았다. 입구는 의외로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복도 끝 작은 접견실로 들어서자 상담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내가 불안한 목소리로 남편의 최근 태도 변화를 이야기하자 상담사는 차근차근 내 상황을 정리하며 다정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정말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개인 사정이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를 모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아직은 ‘외도’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격적이었지만 막상 상담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는 듯했다.
상담사는 청라흥신소의 업무 방식부터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요구 사항을 파악한 뒤, 조사 범위를 설정하고 그 범위를 토대로 비용과 소요 기간을 안내하는 식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요즘 남편이 이상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도를 파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혹여나 진짜 외도라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남편이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그냥 오해로 끝난다면 그 또한 명확히 밝혀 안심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다. 청라흥신소 측은 조사원들의 세부 역할 분담이 있다며 전문적으로 추적과 정보 수집에 능한 인원을 배치한다고 했다. 나는 그들을 전적으로 믿고 싶었으나 사실 내 의뢰로 인해 남편이 겪을지도 모를 불편함이 걱정되기도 했다. 상담사는 “만약 남편이 잘못된 행위를 하고 있다면 의뢰인께서 진실을 아는 것이 먼저다”라며 모든 절차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사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뜻밖에도 남편이 한밤중에 집에서 슬쩍 나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를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어두운 골목 근처였다. 밖에서 지켜보던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봤으나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청라흥신소 담당 조사원에게 상황을 알렸고 그는 이미 남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답장을 보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그날 밤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다음 날 청라흥신소 측으로부터 녹음 파일과 사진 몇 장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자료를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편이 차에서 내린 뒤 낯선 여성을 만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여성이 바로 청라흥신소의 신입 여직원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순간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어리둥절했다. 의뢰를 맡겼던 업체의 신입 직원이 내 남편과 함께 있다니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그 신입 여직원은 청라흥신소 내부에서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했다. 애초에 내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할 무렵 그녀가 남편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또 어떻게 이렇게 쉽게 접점이 생겼는지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더욱이 내가 직접 의뢰를 넣은 곳의 직원이라는 사실이 주는 배신감이 컸다.
이후 며칠간 남편은 이전과 달리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더 빈번해졌고, 한 번은 주말에 회사에 다녀온다며 이틀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청라흥신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고 조사원들도 신입 여직원의 행적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변화가 점점 확실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주말아침이면 당연하게 아이와 놀아주던 사람이 이제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분명히 비밀스러운 연락이 계속 오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조사 자료가 쌓여갈수록 남편의 행동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지금 짜릿한 스릴에 빠져 가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위기조차 인식하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청라흥신소 측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입 여직원이라는 내부 인력 문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다만 책임감을 느낀 조사팀은 의뢰인인 내 입장에서 어떻게든 확실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이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몇 주 후 청라흥신소에서 받은 최종 보고서를 통해 나는 남편의 변화가 단순한 호기심의 불장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와 수시로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멀리 출장 간다는 핑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를 구실 삼아 사내에 남아 혼자 야근을 한다며 사실은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입 여직원의 입장에서도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어떤 마음으로 이어나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그냥 스쳐 가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각종 증거가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남편의 무책임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남편의 깊은 무책임과 함께 의문이 생겼다. ‘대체 무엇이 우리 관계를 이렇게까지 멀어지게 한 걸까?’ 혹시 내 잘못이나 부족함이 있었기에 그가 다른 사람에게 끌린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남편이 나와 상의조차 없이 가정을 등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잠시 친정에 내려가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청라흥신소와 다시 한번 상담을 했는데 그곳에서는 이미 신입 여직원이 퇴사 조치를 당한 상태라고 전해주었다. 내부 규정상 의뢰인의 가정 문제에 개입하여 업무상 신뢰를 깨뜨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조사 담당자는 “직원 문제로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더 이상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내부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것이 내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업체의 진심 어린 사과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남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금 나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왔다. 마치 아직도 내가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청라흥신소가 준 자료와 증거들을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바로 이혼을 추진해야 할까 아니면 남편과 마주 앉아 대화를 시도해 볼까.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무작정 인내만 하는 것은 더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난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과의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을 조용한 카페로 불러냈고, 내가 수집한 증거 자료를 꺼내 놓았다. 남편은 처음엔 당황하며 자신도 잘못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그의 말도 들어볼 가치는 있지만 최소한 가정을 돌볼 책임감을 저버린 행동의 결과는 분명했다. 그날 만남 이후로 남편은 이전과 달리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그가 진심으로 변화할지, 아니면 또다른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건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인간관계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하필이면 내가 의뢰한 청라흥신소의 신입 여직원과 바람을 피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어쩌면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 번 더 우리 부부의 관계를 냉정히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고 남편이 과연 진정으로 변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아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배웠다.
집에 돌아와 홀로 거실에 앉아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법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며 앞으로 무엇이 옳은 길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막연한 의심과 억측에 휘둘리지 않는다. 청라흥신소의 조사로 인해 얻은 진실과 남편의 변화된 태도를 바탕으로,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갈 작정이다. 가족의 해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남편이 진정으로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나 역시 마지막 기회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 마음마저 거짓이라면 이번에는 나도 단호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숨겨진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건 진실을 알아야 비로소 희망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청라흥신소를 통해 모든 것이 드러났기에 아직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명백한 진실 확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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